[쿠키 인터넷]
○…'이런 경험 사가실래요?'
공짜 정보들로 가득 찼던 인터넷이 '유료의 바다'로 변하고 있다.
여름 10년지기 친구 4명과 함께 동남아 여행을 떠날 계획인 강모(28·여)씨는 보다 정확하고 실속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온라인 콘텐츠 매매 사이트에서 '푸껫의 호텔과 리조트'라는 자료를 무려 5천원이나 지불하고 다운받았다. 다소 비싸긴 했지만 태국 현지에서 5년여간 관광가이드를 했다는 자료제공자가 관광객이 궁금해할 내용들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강씨는 일단 만족했다.
명문대 1학년인 박모(20)씨는 자신의 수능 면접 경험담을 기록한 파일을 콘텐츠 매매 사이트에 500원의 가격에 매물로 내놓았다. 입시철을 맞아 이 대학에 지원하려는 수험생들이 앞 다퉈 돈을 내고 경험담을 내려받은 덕분에 박씨는 2주 만에 15만원가량의 용돈을 벌 수 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자 한모(34)씨는 온라인 콘텐츠 매매 사이트에 '통계로 예측한 아파트 투자전략' '연말 분양 TOP5 청약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 정보를 유료로 꾸준히 게시,매달 30여만원의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 정보시장이 변하고 있다. 단순히 인터넷상에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양식 등을 다운받고 게시판에 올라온 대학 리포트를 베껴쓰던 온라인 정보시장이 유료화와 전문화 추세로 영역 구분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사고파는 '콘텐츠 쇼핑몰'로 발전하고 있다.
거래되는 콘텐츠 품목도 면접시험 자료,대학 구술면접 후기,창업 경험담 등에서부터 최신 유행댄스 배우기,예비부부 필수품,스키 하루만에 배우는 법,성공적인 자녀 교육법,동남아 휴양지 정보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다. 판매가격은 내용에 따라 500∼3천원 정도이나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서식이나 전문자료는 5천∼1만원까지 한다.
온라인 콘텐츠 장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직장인과 취업준비와 학업에 바쁜 대학생, 웰빙을 즐기려는 신세대 주부 등 다양하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로 인해 앞으로 검증되지 않은 무분별한 콘텐츠가 대거 거래되거나 정상적인 경로를 거치지 않은 정보가 생산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우려도 크다는 지적이다.
경성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이종혁 교수는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하고 정당하게 대가를 지불하는 인터넷 문화가 형성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식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도 "경제력에 따른 정보취득 불평등,콘텐츠 거래의 악의적 사용 가능성 등 부작용을 막는 장치도 함께 고민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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