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삼 기자]‘오는 2009년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 올해 초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이승한 사장은 언론사에 보낸 신년사에서 2009년까지 100개에 육박하는 점포와 매출 10조원 대 달성 등 구체적인 세부 수치까지 공개하며 할인점 업계 ‘톱’을 공언했다. 그러나 어딘 가 모르게 공허해 보였던 게 사실이었다. 현재 42개 점포에 불과한 홈플러스가 거의 두 배 규모인 79개 점포의 신세계 이마트를 불과 3년 내에 따라잡겠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최근 이승한 사장이 까르푸 인수전에 직접 뛰어든 이유를 설명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올해 신년사에서 이사장은 또 “2006년은 홈플러스가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원년의 해”라고 밝혔다. 그래서 ‘까르푸 인수’가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출발점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해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만약 홈플러스가 까르푸를 인수하게 되면, 점포 수가 순식간에 74개로 대폭 늘어나 신세계 이마트의 절대적인 할인점 아성을 단박에 위협할 수 있다. 홈플러스는 점포 수뿐만 아니라 효율 면에서 신세계 이마트를 앞설 자신이 있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태다. 홈플러스가 까르푸 인수 추진 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하면서, 한편으론 비밀리에 추진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홈플러스보다 점포 수가 1개 많으면서도 할인점 업계 3위에 그치고 있는 롯데의 경우 까르푸를 더더욱 놓쳐서는 안 되는 이유를 가지고 있다. 만약 까르푸를 홈플러스에 내줄 경우 할인점 업계가 순식간에 신세계 이마트와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간의 2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롯데마트는 ‘영원한 3위’로 추락하게 된다. 올해초 롯데쇼핑 상장을 통해 이미 거액을 조달, ‘실탄장전’이 완료된 롯데로선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물건이 바로 까르푸인 것이다. 만약 롯데가 까르푸를 놓칠 경우 롯데쇼핑 상장의 근원적인 이유까지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여의도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은 롯데쇼핑 주식의 매력으로 롯데마트의 높은 성장 동력을 꼽고 있는 상황이다. 까르푸를 놓친다면, 롯데쇼핑의 성장 동력이 한순간에 빛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진단이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 2위권 유통업계가 까르푸 인수에 전력을 쏟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갈수록 신규 점포 부지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재래시장 보호를 이유로 아예 조례까지 만들어 대형 유통업체의 지방 남하를 적극 저지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홈페이지에 아예 신규 점포 부지를 인터넷으로 등록받는 시스템까지 구축해 놓았을 정도다. 까르푸 인수는 이런 상황을 한번에 타개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 사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여하튼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서로에게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려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런 홈플러스와 롯데의 대결은 경쟁 입찰을 앞두고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매각 설명회를 통해 서로에 대한 탐색전이 끝난 만큼, ‘이제부터가 진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홍기삼기자 arg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