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배명재 기자입력 2018.01.10. 16:10 [경향신문] “원주민이 그대로 머물러 살 수 있도록 해야, 그게 진짜 도시재생입니다.”
전남 순천시 도시재생팀장 황학종씨(48·6급·사진)가 10일 국토교통부에서 중앙부처와 전국 도시재생 담당 공무원 등 100여명 앞에서 ‘생태도시 순천시도시재생사업 사례’를 발표했다.
이 사업은 쇠락한 원도심인 순천시내 중앙동·향동 일대를 문화·경제·사회적 기능을 다시 보강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가 이를 ‘도시재생 선도사업’으로 뽑은 2014년부터 사업이 끝난 지난해 말까지 이곳은 전국 지자체 도시계획 부서 공무원들의 ‘선진지 견학장소’가 됐다.
황씨는 이 사업을 이끈 주인공이다. 세무직으로 출발했지만, 순천만 정원박람회 등 자연과 생태를 주제로 하는 대형 행사나 도시계획 부서에서 일한 경험을 밑천으로 재생사업을 맡고 있다.
황씨는 “3년간 진행된 이 사업으로, 빈집이 사라지고 상가매출이 35% 이상 늘면서 주민들이 서로 머리를 맡대면, 헤어지지 않고 어울려 잘 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면서 “사회경제적 기업 30개, 청년창업 공간 6곳, 일자리 147개를 만들어내는 효과도 올렸다”고 말했다.
황씨는 그동안 겪은 시행착오를 털어놓으며 갖가지 처방도 제시했다.
황씨는 “올해부터 5년간 정부가 해마다 10조원을 투자해 전국 낙후 도심 500곳을 되살리는 도시재생사업을 펴기로 한 시점에서 순천시 사례가 도움이될 것으로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황씨는 가장 먼저 원주민이 쫓겨나는 재생사업이 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시 재생사업이 있는 그대로를 활성화하는 사업방식이지만 어쩔 수 없이 ‘개발’과 ‘자본’의 힘이 작동하면서 주민들이 변두리로 밀려나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황씨는 “일단 개발한다는 소문이 나면 어느새 투기자본이 들어와 똬리를 틀게 되고, 덩달아 땅값이 크게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면서 “전국 대부분의 재생사업 현장에서 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업시작 때부터 큰 난관을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런 부작용을 미리 막기 위해 주민이 스스로 참여하고, 기획하고, 확정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가능한 한 담당 공무원들은 묵묵히 지원만 했다”면서 “청년·주부·어르신·상인 등으로 나눠 골목 설명회·공청회·토론회·연수회 등을 열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도시재생에 나설 수 있게 도왔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미 확정한 계획이라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면 고치고, 또 고치는 과정을 통해 주민들이 시나브로 사업 주체라는 인식을 갖게 되다보니 투기자본의 유혹도 거뜬히 물리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주민들의 생각들이 오롯이 사업계획에 들어가면서 수억원이 들어가는 그 흔한 외부 용역도 필요없게 됐다”면서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용역을 맡기면 으레 자본의 논리가 들어가고, 주민들의 이익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고 웃었다.
순천시는 이런 방식으로 마련한 재생사업 2가지가 지난달 18일 정부가 확정한 ‘2017년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됐다. 순천터미널 인근 장천·남제동 재생사업과 저전동 재생사업이 뽑혀 올해부터 2022년까지 사업비 50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황씨는 “주민들이 땅을 외지인에게 팔지않겠다는 생생협약을 한 것과 용역없이 주민참여로 만들어진 사업계획이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가상현실 조감도
스마트 도시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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