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 `디지털교육` 활용하자

[IT] 2004년 02월 26일 (목) 10:57

이건범 아리수미디어 대표이사

노무현 참여정부에 걸었던 수많은 기대 중 하나가 점증하는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획기적인 정책이었다. 사실 사교육 열병은 조류독감이나 사스와 같은 일시적인 유행병이 아니다. 또한 그 원인이 학교 교육을 책임지는 교사들이나 정책 당국에게만 돌려질 일이 아니다.

한국은 학벌 중심의 사회다. 학생 자녀를 둔 기성 세대에게 아무리 도덕적인 호소를 하더라도 이 현실을 바꿀 수 없는 한 조기 사교육 과열 현상을 없앨 수는 없다. 심지어 대학 입시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꾼다 하더라도 이미 단단히 뿌리박혀 있는 피해 의식 때문에 또 다른 편법이 등장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것은 마치 생존 본능과 같은 것이어서 그간 교육 제도나 교육 과정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어떤 근본적인 변화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걸림돌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근본적인 변화는 한국 사회의 가치 구조가 좀 더 유연해질 수 있는 사회 환경이 마련돼야만 가능하리라. 즉 명문대를 들어가지 않더라도 자신의 적성과 능력과 노력에 의해 충분히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유연한 구조가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다. 사실 사회 진출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대학까지 다녔다면 16년 정도를 공부한 셈이지만, 일단 사회에 진출하고 나면 공부와 담을 쌓는 풍토에서 과연 명문대를 들어갔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인생의 조건이 나뉘어진다는 현실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학부모 세대의 의식 변화를 전제하지 않는 한, 사교육비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공연한 불만의 증폭을 초래할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두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 가야 한다. 하나는 앞서 말한 사회 구조와 가치 측면의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다. 기업과 정치권, 그리고 행정 분야에서 보다 유연한 구조로의 변화를 위한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현재 자신의 취약한 경제적 능력 때문에 사교육 열풍의 폐해를 이중으로 당하고 있는 대다수 서민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현실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한정된 재원으로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고 사교육 열병의 폐해를 줄이려 한다면 매우 주도면밀한 현실 판단이 필요하다.

최근 5년 동안 전국 초중고 1만여 학교의 교실 대부분에 교육용 컴퓨터와 대형 TV가 설치되고, 이 모든 컴퓨터가 학교 안에서 랜(LAN)으로 연결되어 졌다는 점, 그리고 대부분의 가정에도 초고속 인터넷망이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가 교육 기자재로써 의미가 있다는 사실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교육 프로그램, 즉 콘텐츠의 확보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학교에 필요한 디지털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많은 민간 개발사들이 학교의 예산 부족 때문에 양질의 프로그램 개발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을 일차적으로 타개해야 한다.

또 가정 학습을 전제로 민간에서 개발한 온라인 교육 사이트가 공교육과 제도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고리를 찾아내야 한다. 온라인 교육 사이트는 교육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있는 저렴한 사교육이며, 그 혜택은 지역 격차와 무관하게 퍼질 수 있다.

문제에 대한 답을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거나 멀리서 구할 필요가 없다. 있는 것을 잘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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